오래전 읽었던 조양희 작가의 좋은 글
link  미세스약초   2021-05-05

아이들이 어릴 때에도 삶은, 콩 튀듯 치열했다.
지금도 관성의 법칙에 순응하며 살고 있는건지 마찬가지다.
아침밥도 거르고 학교에 다니던 세 아이들.
조양희 작가의 도시락 편지를 읽으면서 마냥 좋하했던건 왜일까?
반성을 해야지.

조양희 작가의 부부일기 중에서

*사람이 태어나서 유아기를 지나고 어린이가 되고, 사춘기를 겪고 청년이 되어 무사히 성인으로 설 수 있을 때까지는
정성과 사랑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사람처럼 사랑을 먹어야만 제 구실을 하는 동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인간에게
사랑받고 사랑하는 일만큼 소중한 일이 또 있을까.

막내가 툭하면 학교에 가는 일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고, 더욱이 감기나 몸살기가 있으면 부모에게 의지하려는 본능이
다른 아이들보다 배로 많다. 그게 문제인 줄 알면서도 막내가 몸이 아프다고 응석을 부릴 때마다 덩달아 마음이 약해지는
게 내 병이다. 막내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집에서 피범벅이 되어 낳았는데, 목에 탯줄을 돌돌 감고 나와 애틋한 정이
남다른 것 같다.

하지만 오늘 아침은 그 아이에게 강하게 마음먹으라고 타일렀다. 힘든 시간을 이겨내야 성숙하는거라고. 문 밖을 나서는
아이의 힘없는 뒷모습을 보면서 , 어른 되는 일의 어려움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그럴수록 지속적으로 격려해 주는게
약임을 깨닫는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추억이 담긴 옛것, 낡은 것들에 더 애착이 간다.
어제 오후에 10년 전에 찍었던 오래 전 사진이랑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다시 집어 넣기가 아쉬워서 탁자위에 그냥
두었다. 저녁에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은 오랫만에 옛 사진들을 보니 반가웠던지 냉큼 사진 앞에 가 앉았다. 조금
있으려니 한장 한장 앨범을 넘기는 소리가 잦아지고 남편도 조용했다.
흘끗 그의 표정을 보니 이미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여행을 떠난 사람 모양, 옛 추억속으로 가 있는 듯 했다.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떠났던 호놀룰루에서의 행복했던 순간들, 그 사진 곳곳에는 우리의 밀월 여행이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옛 사진들을 보면서 남편과 나는 중년이 되어서야 추억과 그것을 간직하는 것의 아름다움을 깨닫는구나 싶었다.
남편은 예전에 내가 아이들의 젖니 하나라도 절대 버리지 않고 소중하게 보관하는 것을 좀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언젠가 축구선수 마라도나가 자기 아이들의 젖니로 만든 귀거리를 달고 뛰는 것을 보고, 그게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고 한다.

어른들이 사용하시던 안경이나 도장 같은 것들도 애지중지하며 소중하게 보관하는데, 하물며 어떻게 우리 둘만의
여행에서 인연이 되었던 사진이며 물건들을 버릴 수 있겠는가.

내가 버스 승차권까지 사진 사이에 끼워둔 것은, 그 버스를 타고서 하나우나베이 언덕 위로 갔던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버스에서 졸다가 어딘지 몰라 쩔쩔맬 때, 뉴욕에 사는 그레이스 켈리 닮은 단발머리 여인이 내릴 곳을
가르쳐주었지. 그리고 지붕이 없이 달리던 파아란 지프, 상쾌한 바람이 남실대던 산마루..... . 이러한 추억이
고스란이 박힌 우리의 사진들을 어떻게 함부로 버리겠는다.

남편과 나의 추억이 담긴 그 물건들이 한번 지나간 것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는 시간의 냉정함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 물건은 남게 될지라도, 사랑하는 삶은 시간에 묻혀 사라진다는 그 내정한
진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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